
초능력자가 평범한 얼굴로 건물 하나를 무너뜨릴 때, 관객은 과연 무엇을 보는 걸까요? 저는 "마녀 Part2. The Other One"(이하 마녀2)를 보고 나서 한동안 이 질문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속편이 아니라, 박훈정 감독이 구축하는 거대한 세계관의 중간 지점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전편 "마녀"에서 구자윤이라는 완전체를 목격했던 관객들은, 이번에는 이름조차 없는 또 다른 소녀를 통해 더 넓어진 우주를 경험하게 됩니다.
촬영기법으로 드러난 비인간성의 미학
마녀2의 액션 장면을 보면서 저는 이 영화가 단순히 '세게 때리는' 장면을 찍는 게 아니라는 걸 금방 알아챘습니다. 일반적인 액션 영화는 빠른 컷 편집(Cut Editing)으로 타격감을 강조하는데, 이 영화는 오히려 인물의 위치와 이동 방향을 또렷하게 보여주는 구도를 유지합니다. 컷 편집이란 장면 전환을 빠르게 반복해 속도감을 만드는 기법을 말합니다. 그런데 마녀2는 이 방식을 최소화하고, 대신 한 쇼트 안에서 물리 법칙이 깨지는 순간을 정확히 포착합니다.
예를 들어 소녀가 손을 뻗는 장면 하나만으로도 상대방이 공중으로 날아가는데, 이때 카메라는 그 과정을 끊지 않고 따라갑니다. 관객은 '어떻게 날아갔지?'가 아니라 '저게 가능하구나'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런 연출 방식은 소녀라는 존재가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시각적으로 각인시킵니다. 배우가 힘을 주지 않는 동작 하나, 무표정한 시선 하나만으로 상황 전체가 무너지는 연출은 저에게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후반부 유니언과 상해 연구소 토후들이 맞붙는 장면에서, 카메라는 각 인물의 능력이 발현되는 순간마다 화면의 리듬을 급격히 바꿉니다. 평범한 총격전처럼 보이던 장면이 순식간에 초현실적 이미지로 전환되며, 이 순간 관객은 현실이 찢어지는 듯한 감각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는 단순한 액션의 박진감이 아니라, 세계관 자체가 일반 영화와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입니다.
색채공간이 만드는 이중 세계
영화는 크게 두 종류의 공간을 대비시킵니다. 연구소와 본사, 외부 조직으로 대표되는 차가운 인공 공간과, 경희 남매의 집으로 대표되는 일시적인 인간적 공간입니다. 저는 이 대비가 단순한 배경 차이를 넘어서, 소녀가 '병기'인지 '인간'인지에 대한 영화의 질문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고 봤습니다.
아크 연구소와 본사의 공간은 대체로 무채색에 가까운 차가운 톤, 금속성 질감, 폐쇄적인 프레임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런 공간 연출을 미장센(Mise-en-scène)이라고 하는데, 쉽게 말해 화면 안에 배치된 모든 시각적 요소를 의미합니다. 조명, 색감, 소품, 인물 배치까지 모두 포함되는 개념입니다. 반면 소녀가 경희의 집에 머무는 동안의 장면들은 상대적으로 따뜻하고 느슨한 호흡을 갖습니다. 햇빛이 들어오는 창문, 낡았지만 포근한 실내, 밥을 먹고 불꽃놀이를 보러 가는 일상의 순간들이 그렇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이 따뜻한 공간을 오래 지속시키지 않습니다. 인간적 관계가 형성될 듯하면 곧 폭력이 침입하고, 일상은 다시 실험과 추적의 논리 속으로 흡수됩니다. 저는 이 반복 구조가 영화 전체를 불안정한 세계로 만든다고 생각했습니다. 소녀는 어디에도 정착할 수 없고, 관객 역시 안정감을 느낄 틈이 없습니다. 이런 공간 설계는 〈마녀〉 시리즈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지향한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줍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편집리듬의 장점과 한계
편집은 마녀2의 장점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내는 지점입니다. 액션 시퀀스에서는 리듬 조절이 상당히 능숙합니다. 느리게 쌓다가 한 번에 터뜨리는 방식이 유효하고, 군더더기 없는 폭발 구간은 확실한 쾌감을 줍니다. 저는 특히 소녀가 봉고차 패거리를 제압하는 장면에서 이 리듬감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카메라가 소녀의 시선을 따라가다가, 순간적으로 폭력이 터지고, 다시 정적이 찾아오는 이 흐름이 관객의 호흡을 조절합니다.
반면 서사 파트에서는 정보량이 많고 등장인물이 분산되어 있어, 장면과 장면이 유기적으로 응집되기보다 병렬적으로 이어지는 느낌을 줍니다. 백 총괄, 조현, 상해 연구소의 토후들, 경희 남매 등 여러 축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영화의 전반부는 밀도 높은 축적이라기보다 거대한 설정집을 순서대로 펼쳐 보이는 인상에 가까워질 때가 있습니다. 저는 이 지점에서 마녀2가 완성형 한 편의 영화라기보다, 확장 중인 세계관의 중간 지점처럼 보인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고 나면 하나의 이야기를 다 본 만족감보다는, 더 큰 판이 열릴 것 같은 예고의 인상이 남습니다. 이는 분명 아쉬운 부분이지만, 동시에 박훈정 감독이 의도적으로 선택한 전략일 수도 있습니다. 시리즈의 중간 지점에서 세계를 더 키우기 위해 일부러 불완전함을 감수한 것이라면, 이 편집 방식은 나름의 논리를 갖습니다.
세계관 확장의 거친 야심
마녀2를 평가할 때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이 영화가 디즈니 플러스 시리즈 〈폭군〉과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점입니다. 박훈정 감독은 단순히 속편을 만드는 게 아니라, 여러 작품을 통해 하나의 거대한 우주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마녀2는 그 우주의 일부분을 보여주는 작품이며, 그렇기 때문에 서사의 완결성만으로 평가하면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인물의 감정선은 얇고, 설명은 많으며, 소녀가 누구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 영화가 한국 상업영화 안에서 드물게 여성 초능력 액션, 디스토피아적 세계관, 만화적 폭력미학을 본격적으로 밀어붙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 신시아라는 새로운 배우가 만들어내는 낯선 존재감은 분명 강렬합니다.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과 압도적 파괴력의 대비는, 이 영화가 지향하는 비인간성의 미학을 정확히 구현합니다.
마녀2를 보면서 저는 이 작품이 다루는 핵심 주제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 초인간주의(Transhumanism)와 완전체 모델: 인간을 초월한 존재를 만들려는 실험의 윤리적 문제
- 병기와 인간 사이: 소녀가 도구인지, 인격을 가진 존재인지에 대한 질문
- 세계관의 확장: 아크, 본사, 상해 연구소 등 여러 세력 간의 갈등 구도
- 폭력의 미학: 초능력 액션을 통해 구현되는 비현실적 이미지의 쾌감
이 네 가지 주제는 마녀2뿐만 아니라 박훈정 감독의 세계관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입니다. 그리고 이 주제들은 앞으로 나올 작품들에서 더 깊이 다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마녀2 는 "잘 닫힌 영화"라기보다 "세게 열린 영화"입니다. 완성도만 따지면 전편보다 헐겁지만, 장르적 야심과 시각적 쾌감만큼은 분명한 인상을 남깁니다. 저는 이 영화를 걸작이라기보다 거친 가능성의 영화, 혹은 세계를 더 키우기 위해 일부러 불완전함을 감수한 영화로 읽었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하나의 완결된 서사보다는, 앞으로 펼쳐질 더 큰 이야기의 예고편처럼 느껴집니다. 만약 박훈정 감독의 세계관에 관심이 있다면, 마녀2와 〈폭군〉을 함께 보면서 두 작품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아보는 것도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가 될 것입니다.